너에게 편지를 썼어
조폐공사 아저씨들이 알면
큰일나겠지만
천 원짜리 지폐에
깨알같은 글씨로
너의 안부와 나의 마음을 적었어
그 돈으로 편의점에 가서
담배 한 갑을 샀어
언젠가 그 돈이
사람과 사람 사이를 거쳐
혹시나 네 손에 들어가게 되면
어느 날 네가 카페에서
헤이즐럿 커피를 마시고 받은
거스름돈 중에
혹시나 그 돈이 섞여 있어
그럴리는 없겠지만
만약에
정말로 만약에 그랬다면
너 돌아와 줄래
운명이라 생각하고
그 돈으로 영원히……
내 마음을 사지 않을래?
/천 원짜리 러브레터, 유미성